아이뱅크
아이에 대한 나의 행동을 바꾼 한 권의 책
얼마 전 아이 손을 꼭 잡고 외출 겸 서점에 들렀습니다.
많이 걷고, 이곳저곳 둘러보고, 사람들 구경도 하고, 햇빛도 좀 쐬고 싶었는데... 날이 너무 춥고 바람도 세차서 결국 얼마 못 버티다가 그나마 따뜻한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헤매다 간 곳이 겨우 서점?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서점 문을 열었습니다. 온 김에 여가 시간에 읽을 책도 사고 아이 책도 좀 사자 하며 이 코너 저 코너를 돌아다녔습니다. 겨울이 되니 마음은 오히려 따듯해지는 것 같아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문학 코너에 가서 시집 하나, 소설 한 권 샀습니다. 어린이 코너에서는 아이 책도 하나 사구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육아서 한 권을 집어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피곤했던지 아이는 어느 새 낮잠... 계절 탓인지 마음도 싱숭생숭해서 사 온 책이나 읽자 하며 쇼파에 앉았습니다. 처음엔 시집, 그 다음에 소설. 그런데 영 마음이 잡히지 않아 육아서를 집어 들고 아이가 깨지 않도록 자그마한 소리로 읽어 내려갔습니다.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나의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육아서에 마음이 끌렸는지도 모르지요. 이 아이에게 맞는 교육법은 뭘까,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을까, 공부는 잘 할까, 나중에 부모 속만 썩이는 건 아닐까. 넉넉지 않은 형편을 생각하며 이런저런 걱정에 빠져 한참을 읽었습니다.
언제 잠에서 깼는지 아영이(아이 이름이 아영이에요^^)는 울지도 않고 그 큰 눈을 말똥말똥 뜬 채 엄마를 빤히 바라보고 있더군요. 고개는 한껏 뒤로 젖힌 채로요. 힘들지도 않을까. 책 읽는 엄마 모습이 생소해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녁 준비를 하고, 밥을 먹고, 남편과 같이 아기랑 놀다가 아기 목욕시키고, 잠자리에서 다시 책을 펴 들었습니다. 호기심 반, 의아함 반인 표정으로 남편이 묻더군요. 무슨 책이냐고. 하긴 아이 때문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뒤로 책 읽는 아내 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으니 의아한 것도 당연하겠죠.
그렇게 새벽까지 책의 삼분의 이 이상을 공부하다시피 읽어 갔습니다. 중요한 건 밑줄을 긋구요.
캥거루 엄마들이 아기에게 주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물리적, 화학적으로는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엄마와 아기 모두에게 편안함과 정서적 안정감을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엄마와 아기 사이에 안정된 애착을 형성하게 해서 아기의 건강한 발달을 초래한다.
엄마가 가정과 직장을 병행할 경우에는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엄마가 편안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가 편안하게 양육될 수 없기 때문이다.
늦게 얻은 아이의 경우 어리광을 정도 이상으로 받아 주어서, 자기 조절력이 부족한 아이로 성장하기 쉽다. 내 아이가 특별할수록 보편적인 사회 기준을 지키도록 양유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아들에게 ‘남자답게’ 혹은 ‘여자답게’라고 강조하기보다는, 남성적인 장점과 여성적인 장점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교육을 적용하는 것이 성에 구애받지 않고 자아를 개발하며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 수 있게 해 준다.
강압적인 교육은 아이들에게 오히려 해를 끼칠 뿐이다.
아이가 지닌 고유한 기질과 성격을 인정하고 까다로운 아이의 경우 부모가 힘들더라도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 주고, 아이의 강한 반응에 당황하지 말고,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일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요즘음 유리를 안아도 내 품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열심히 안아 준다. 이제 조금만 더 크면 안아 줄 수도 없을 것 같다. 벌써부터 유리를 안다가 뒤로 넘어지기가 일쑤다. 아이가 크면 엄마가 점점 더 작아지는 느낌을 가진다고 하는데, 나는 벌써 작아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그만 크고 이대로 멈추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자주 해 본다.
책: 캥거루 엄마의 알파걸 육아기 저자: 나귀옥
(본문에 나와 있던 내용 중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구절들 몇 개만 옮겨 봤습니다...)
저자 약력을 보니 마흔이 넘은 나이에 출산을 했더군요. 많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읽어 갈수록 그게 아닌 느낌이더군요. 힘든 만큼 오히려 아이에게서 받는 행복과 기쁨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읽으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해서, 떼쓴다고 해서, 내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 감정대로 아이를 윽박지르고 했던 건 아닐까. 아영이가 내 뱃속에서 숨 쉬고 발길질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 아이를 개인적인 나의 소유물로만 생각했던 건 아닐까. 후회가 되더군요. 그리고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왜 일찍 이런 책을 접하지 못했을까.
차근차근 읽어가면서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의 딸인 ‘유리’라는 아이가 마치 우리 ‘아영이’처럼 느껴지더군요. 경험, 이론, 상황에의 적용. 이런 것들이 혼합되어 저에게 감동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육아서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뭔가가 있더군요. 풍부한 이론, 충분히 납득이 가는 저자 자신의 경험들... 그리고 표지를 꾸미고 있는 엄마 캥거루와 아기 캥거루의 사랑스러운 입맞춤.
이제부터라도 이 책을 표본 삼아 아이를 대하는 나의 태도나 행동들을 조금씩 고쳐 나갈 생각입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랑스러운 나의 ‘아영이’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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